그러므로
막차를 타야만 했다
누군가 뒤늦게 뛰어왔지만 봄은
기다림 대신 속도를 택했다
벚나무 밑에서 한 사람을 떠나보낸
하루가 잡은 것이라곤 흐린 꽃잎을 피워내고
상징을 지나가는 회색의 폭설
흩날리는 막차를 타고서도
브레이크는 어둠을 짚어내지 못했다
졸음은 주파수 엉킨 노랫소리를 베고
무딘 잠은 유리창에 쿵쿵 부딪혔다
사월이 끊긴 종점
버려진 그림자들만 불빛을 물고
젖은 새벽 속으로 잦아들고 있었다
모든 침묵이 낙서가 되는 순간
뒤늦은 너를 끝내
놓쳐야 했다
이 시는 오 늘이라는 시인의 '나비야, 나야'라는 시집에 실린 작품이다.
작품은 '그러므로'로 시작을 한다. 결국 이 말은 앞 부분의 아직 중요한 뭔가를 지나쳐 시작하고 있다. 과연 '그러므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그 답은 마지막 연에서 알 수 있다.
끝내 놓칠 수 밖에 없는, 놓쳐야만 하는 작가의 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봄도 그러므로 끝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슬쩍 손을 내밀어 오늘의 봄 한 줌을 주머니에 넣어보면 어떨까.
2024-05-0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