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채용할 계획도 없으면서 광고
과부하 직원 눈속임· 이미지 홍보용
관리자 40% "유령 광고 실은 적 있다"
애초 직원을 뽑을 계획이 없으면서 직원 채용 광고를 지속해서 내는 소위 '유령 일자리'(ghost job)로 불리는 가짜 구인 광고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 인플레이션 여파에 따른 불황에도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이미지 홍보용이나 일손 부족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내부 직원들의 불만 달래기용으로 유령 일자리 광고가 도구로 쓰이면서 성행하고 있어 애꿎은 구직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22일 경제매체 CNBC는 미국 내 기업들이 직원 채용 의사는 없으면서 채용 광고를 수 개월 째 유지하는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인관련업체 레주메 빌더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649명의 기업 채용 관리자 중 40%는 올해 유령 일자리 광고를 온라인에 게시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또 30%의 응답자는 현재 구인하려는 직무 역시 채용 계획이 없는 자리라고 응답했다.
가짜 구인 광고가 늘면서 구인 광고당 채용 비율도 지난 5년 사이에 크게 감소했다. 지난 2019년 10개 광고 중 실제로 지원자를 채용한 광고는 8개로 80%의 채용률을 보인 반면에 올해 들어선 40%로 반토막 났다. 그만큼 가짜 구인 광고가 급증했다는 뜻이다.
유령 일자리 광고를 유지는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대량 해고 사태가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를 내 경기 침체에도 기업의 실적이 좋아 신규 인원 충원을 하고 있다는 일종의 기업 이미지 홍보용 광고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 직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불만 무마용으로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를 이용하기도 한다. 인력 감원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부족한 일손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로 내부 직원들의 커진 불만을 가짜 구인 광고를 통해 "곧 인력이 충원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불만을 경감시키려는 의도에서다.
기업들이 유령 일자리 광고를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로 유사시 대체 인력을 충원을 위한 릫비상 인력 풀릮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예상하지 못한 직원의 퇴사에 대비해 유령 일자리 광고를 보고 지원한 구직자들의 정보를 모아 두고 있는 것이다.
가짜 구인 광고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광고를 보고 지원한 구직자들의 몫이 되고 만다. 지원서를 작성하는 수고와 함께 무작정 기다림에서 오는 초조함, 여기에 "안 된다"는 실패감 등으로 구직자들의 정신적 타격이 크다고 CNBC는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내 구직자들은 "이건 사기다", "왜 이런 관행이 아직도 불법이 아닌 거냐", "지금 당장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경을 생각해 봐라", "절박한 마음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 등이라고 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