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센터장 "응급실 상황, 답이 없어서 답답…수가 현실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김수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정부는 필수의료를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진료 과목 전반에 대한 지원보다 중증 환자 진료에 직접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26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지금보다 5∼10배는 올려서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 응급의료를 버텨온 자긍심이 무너져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 요즘 응급실 의사들 상황은.
▲ 요즘 응급실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답이 없어서 답답하다. 다들 지치고 번아웃(burnout) 됐다. 자포자기인 상태 같다.
-- 다른 병원들 상황은 어떻다던가.
▲ 지역응급의료센터급 병원들은 원래 거기서 외래 진료를 받던 환자들이 응급 상황에 빠졌다고 해도 못 받는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진료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 병원에서 가능하니까 환자 보내세요'라고 할 수 있는 병원은 현재 없다.
-- 응급실 인력이 부족하다던데.
▲ 지역·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전문의 인력이 많이들 빠지고 있다. 인턴 등 전공의들이 그만두고, 전문의들과 교수들도 하나둘씩 나간다. 의대 교수라는 직업의 사회적 위상도 떨어졌고, 자긍심도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자긍심이 무너졌기 때문에 응급의료의 회복이 어려울 거라고 본다. 많은 교수들은 앞으로 응급의학과에 전공의들이 아무도 안 들어올 거로 예상한다.
-- 경증 환자가 다시 늘고 있다던데 어떤가.
▲ (의료 공백 사태) 초기에는 경증 환자들이 방문을 조금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다시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왜 나는 진료 안 해주냐', '내가 왜 경증이냐' 이렇게 항의하는 환자들이 생기고 있다. 근무 중인 의사가 1명 밖에 없다고 하면 '이 큰 병원에 의사가 1명 밖에 없다는 게 말이 되냐, 집에 가고 싶은데 빨리 설명을 안 해준다'라고도 항의하는데 다른 중증 환자 치료부터 해야 한다고 해도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
--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아 오랜 시간 떠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응급실 뺑뺑이'라고들 한다. 제발 이 표현 좀 안 쓰면 좋겠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없으니 다른 병원을 찾아가는 것인데, 의사들이 환자를 안 받는 것처럼 보인다. 뺑뺑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상처받고 기운이 빠진다.
-- 정부가 경증 환자를 줄이기 위해 비응급환자의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올리고,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도 추가로 인상하기로 했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 사실은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준비했어야 하는 일이다.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 응급실 지원 대책으로는 뭐가 있을까.
▲ 정부는 필수의료를 자꾸 얘기하는데, 진료과목이 문제가 아니다. 진료과목 전반적으로 지원할 게 아니라 중증·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들과 의료기관에 지원하는 게 맞다.
-- 정부가 한시적으로 응급의료 관련 수가를 올리고 있는데.
▲ 상시화해야 한다. 사람을 뽑으려고 해도 못 뽑는다. 이런 인력 부족은 전부터 쌓여왔던 건데 이번에 완전 속도가 붙어서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게 생겼다. 수가를 5∼10배는 올려야 사람을 뽑을 수 있다.
-- 현 상황에서 응급실에 관해 국민들이 알아둬야 할 게 있나.
▲ 지금이 의료 위기 상태라는 걸 국민들께서 인식하고 주의하시면 좋겠다. 비상약도 미리 챙겨두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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