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은행 ATM 이용 1회 평균 4.77불
초과인출 수수료도 27달러 넘어가
미국인 수수료 부담 연간 290억불
"급한 김에 현금인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좀 뽑았는데 수수료가 장난 아니네." 한인 직장인 강모씨의 말이다.
강씨는 "한 달 전에는 은행 잔고를 제때 확인하지 못해 초과인출(overdaft)로 수수료를 낸 적이 있었다"며 "배달 앱 취소에도 수수료를 내야 하고, 신용카드 연체해도 수수료를 내야 하니 언제쯤 수수료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한인 강씨의 말대로 수수료는 미국 삶에서 이제 일상이 됐다. ATM은 물론 마켓, 은행, 식당, 여행에 이르기까지 수수료가 따라 붙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수수료는 매년 상승하면서 부과 업체의 수입이 늘고 있는 데 반해 서민 생활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해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개인 금융 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ATM 수수료는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계좌 개설 은행의 네트워크가 아닌 타네트워크(아웃오브네트워크)의 ATM을 이용할 때 부담해야 하는 평균 수수료는 회당 4.77달러로 나타났다. 여기엔 네트워크의 ATM 수수료 1.58달러와 타네트워크 수수료 3.19달러가 포함된 금액이다. 이는 뱅크레이트가 1998년부터 ATM 수수료를 조사해온 이래 최고치에 해당된다.
LA의 경우 ATM의 평균 수수료는 4.56달러로 평균치 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ATM 수수료 인상의 동인은 타네트워크 수수료다. 올해 평균 3.19달러인 타네트워크 수수료는 10년 전에 비해 15%, 20년 전 보다 133%나 급등했다.
그렉 맥브라이드 뱅크레이트 수석 재무 분석가는 "최근 수수료가 다시 인상 돼 다른 네트워크 ATM에서 인출을 할 경우 이전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 관련 수수료도 크게 늘었다. 그중에서도 은행 계좌에 있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사용한 고객에게 부과되는 초과인출 수수료 상승세는 괄목할만하다.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올해 초과인출 수수료는 평균 27.08달러로 지난해 26.61달러에 비해 1.7% 올랐다.
다수 미국인이 우편으로 개인수표를 주고받아 계좌의 잔액 변동을 확인할 수 없었던 시절에 도입된 초과인출 수수료 제도는 은행들의 주요 수익창출원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은행들은 2019년 초과인출 수수료를 통해 약 126억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여전히 연간 약 90억달러를 거둬들이고 있다.
마켓도 수수료 부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달러 제너럴, 달러트리, 그리고 크로거 등 3개 소매체인업체들이 캐시백 수수료로 연 9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시백 금액에 따라 회당 0.50달러에서 최대 3달러가 부과된다. 캐시백 서비스는 은행에서 현금 인출이 어려운 소위 릫금융 사각지대릮에 놓인 저소득층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금융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미국인은 전체 인구에서 3.8%에 해당하는 1200만여명. 2019년 1150만명에서 늘어난 수치다.
이밖에도 배달 앱에서 주문과 취소 시 부과되는 수수료, 항공권 구매와 취소 때도 부과되는 수수료도 있어 한인을 비롯한 미국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CFPB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각종 수수료로 연간 최소 29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연방정부는 각종 수수료와 전쟁을 선포하고 수수료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CFPB는 지난 1월 과도한 초과인출 수수료를 억제하는 규칙을 제안하기도 했다. 3월에는 신용카드 연체료를 현행 평균32달러에서 8달러로 제한하는 파격적인 규칙을 확정하기도 했다. 7월에는 항공사들이 비행기에서 함께 앉는 가족들의 좌석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