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현금 주택 거래 신고 의무화
부동산 거래 위장 돈세탁과의 전쟁
개인 거래· 대출 구매는 적용서 제외
앞으로는 미국 내 기업 및 법인이 현금으로 주택을 구매할 때 반드시 연방정부 당국에 거래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연방정부가 불법으로 조성된 자금을 부동산 거래로 위장해 자금세탁에 나서는 범죄 활동을 차단하는 법 시행에 나서면서부터다.
29일 AP통신은 연방재무부가 주택 부동산 거래를 위장한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한 새로운 법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법안 초안을 공개한 이후 6개월 만이다.
새로운 법의 핵심은 주택 부동산의 전액 현금 거래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는 데 있다. 연방재무부가 공개한 최종 확정된 법 내용에 따르면 기업 및 법인 또는 트러스트, 실적 없이 기업 명의만 있는 셸컴퍼니(shell company)에 전액 현금 거래로 주택을 판매한 경우 부동산 중개인과 타이틀 보험업체, 관련 투자업체, 변호인 등은 부동산 거래 내역을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다만 개인간 주택 거래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비롯한 각종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택 대금을 지불한 거래는 신고 의무 대상에서 제외다.
신고해야 할 주요 내용에는 주택 판매자의 이름은 물론 거래에 따른 수혜자의 이름, 매매된 주택 관련 정보와 현금 지급 내역 등 전반적인 거래 내역에 대한 정보들이 포함된다.
AP통신은 이번 새로운 규정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자본 시스템에 뿌리를 둔 자금세탁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하고 지적했다. 부동산의 현금 거래는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데 가장 많이 악용되는 방식으로 인식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연방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 사이에 미국 내 부동선 거래를 이용한 불법 자금세탁 규모는 23억달러에 달한다.
부동산 거래가 불법 자금세탁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캐나다에서 시행된 자금세탁과 주택 가격과 상관관계 연구 결과 불법 자금세탁으로 주택 가격이 최소 3.7%에서 최대 7.5%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동안 부동산 현금 거래를 통한 자금세탁을 규제하는 조치는 있었지만 주택 거래 신고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법 시행으로 좀 더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됐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재닛 옐런 연방재무부 장관은 "새로운 법 시행으로 범죄자들이 강력한 주택 부동산 시장을 악용하려는 시도를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26개국이 금융, 부동산 정보 보고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릫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선언릮을 지난해 3월 28일 발표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이번 선언에 참여한 국가들은 기업의 반부패 촉진을 위해 소규모 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질 소유자 등록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구축하고, 사법 당국이 이 등록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한다. 미국에서는 부패 척결을 위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실질 소유자 3200만여 명에 대한 개인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가 새로 구축되고 있는 중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