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추미애 '박근혜정부 계엄설' 거론…탄핵 국면서 논란 가열

일각서 "증거 없으면 역풍" 분석도…與 "지지층 결집하려는 李 방탄용"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약 8년 만에 '계엄령 준비 의혹'을 최근 다시 꺼내 들면서 정치권에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구체적인 제보가 있다"고 공언하면서도 3일 현재까지 실제 증거는 아직 내놓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아니면 말고식 괴담이자 선동"이라고 맹공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적 의구심만 증폭시킨 채 의혹의 근거를 내놓지 못할 경우 여론의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논란은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지난달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공개 발언하며 시작됐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에서 이를 재차 꺼내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이 대표는 생중계가 되는 모두발언 도중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에서는 이를 "괴담 선동"으로 규정하면서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이재명)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요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법 규정에는 설사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국회가 과반으로 의결하면 즉각 해지하게 돼 있다"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한 대표도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이라고 날을 세웠고,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오로지 상상에 기반한 괴담 선동"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여권에서는 이런 의혹 제기의 밑바닥에는 민주당의 '지지층 결집'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결집',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을 위한 선동 정치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여권의 공세에도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은 "제보가 있다"는 설명만 반복할 뿐, 제보가 어떤 내용인지 혹은 구체적 증거를 확보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결국 당내에서도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8년 전 박근혜 정부 시절의 이른바 '계엄문건' 사태가 당 지도부의 인식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11월 당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정부가) 최종적으로 계엄령까지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돈다"며 계엄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이후 논란이 가열되며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국군 기무사령부가 2017년 3월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박근혜 정부가 계엄실행 의지가 있었느냐를 두고 진영별로 의견이 갈리는 논쟁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지금 민주당이 다시 꺼내든 의혹 역시 소모적 공방만 되풀이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근거도 없이 국민들의 불안감만 키웠다는 비난 여론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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