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 부진에 저가주 투자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도 한몫
유럽기업, 중국 침체에 실적 부담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경기둔화 우려로 미 빅테크(거대기술기업) 투자에서 벗어나면서 일부가 유럽 증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미국 증시 내 저평가 부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글로벌 증권시장에서는 미국 경기 위축 우려로 매도세가 촉발되면서 도미노 폭락장세가 연출됐다.
특히 당시 대형기술주 주가가 인공지능(AI)에 대한 막대한 지출을 감안할 때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과도하게 높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아마존닷컴이나 알파벳 등 이른바 릫매그니피센트7릮에 속한 일부 기업의 실망스러운 분기 보고서 이후 이들 기술주에 투자된 자금의 일부가 유럽 증시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6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첫 금리인하에 힘입어 지난 7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설문조사에서 펀드매니저의 60%가 중기적으로 유럽 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그러한 전망이 비관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자금 흐름도 유럽증시에서 13주 연속 유출 이후 2주간 5억달러가 유입되면서 낙관론이 확산하는 듯했으나 지난달 28일까지 7일간 8억달러가 유출되면서 추세가 반전됐다고 BofA는 전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보여주는 경제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빠르고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유럽으로 향하려던 자금이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미국 내 저평가 종목들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럽 증시의 매력이 떨어진 원인으로 유로존의 부진한 경제전망이 지목됐다.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주요 산업 부문이 위축되면서 마이너스 성장(전 분기 대비 -0.1%)을 했다.
게다가 명품과 자동차 등 유럽 산업의 주요 시장인 중국 경제의 부진도 유럽 기업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
범유럽지수 스톡스600 구성 기업들의 12개월 이익 전망치가 지난 6월 이후 보합세에 머물러 있는 데 비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주가 흐름에서도 지난달 스톡스6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S&P500지수의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올해 들어 최근까지 스톡스600 지수가 S&P500지수에 비해 9%포인트 가까이 뒤처지는 등 2년 연속 상대적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유럽 증시의 지속적인 밸류에이션 할인으로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스톡스6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4배인데 비해 S&P500은 21배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픽텟자산운용의 에브게니아 몰로토바 선임 투자 매니저는 "미국 주식이 수익 성장 잠재력이 더 높아서 밸류에이션이 높아도 여전히 매력적"이라면서 유럽은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서 글로벌 경기침체 시 불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