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요청 94만건 중 29% 미삭제…"국제협력 등 통해 100% 지우도록 노력"
김남희 의원 "정부 플랫폼 자율규제 대책 한계…인력·예산 보강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최근 4년 반 동안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비롯해 불법촬영물을 지워달라고 요청한 건수가 94만건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약 29%인 27만건이 삭제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대응 인력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삭제 요청을 받은 기업이 이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4일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여성가족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디성센터가 접수한 딥페이크와 성적 모욕 이미지 등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은 93만8천651건이다.
이 가운데 삭제하지 못한 건수는 26만9천917건으로, 전체 요청 건수의 28.8%에 해당한다.
디성센터는 24시간 상담과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피해자로부터 삭제 신청이 접수되면 불법촬영물이 발견된 플랫폼 기업에 이를 지울 것을 요청하고, 이후 조치 결과를 확인한다.
삭제 요청 건수는 2021년 16만6천여건, 2022년 20만6천여건, 2023년 24만3천여건으로 매년 최소 3만건 이상씩 불어났다.
올해에도 6월까지 작년 한 해의 68% 수준인 16만5천여건의 삭제 요청이 접수됐다.
미삭제 건수는 2021년 4만2천여건에서 2023년 7만5천여건으로 증가하며, 2년 만에 79.7% 불어났다.
올해 1∼6월엔 전년의 56%에 달하는 4만2천여건을 지우지 못했다.
연간 미삭제 비율은 2021년 25.3%, 2022년 24.4%, 2023년 31.2%, 2024년(6월 기준) 25.6%로, 25%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미삭제 비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는 디성센터의 열악한 인력 현황이 꼽힌다.
올해 기준 디성센터는 정규직 31명과 기간제 8명 등 총 39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디성센터 인력은 2020년 67명에서 2021년 39명으로 감소한 이후 증원되지 않았다.
불법촬영물이 발견된 플랫폼 기업에 이를 지우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불법촬영물을 근절하기 위해 과징금 부과나 서비스 운영 정지 등 플랫폼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들에게 삭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수사 기관과 협조를 의무화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성센터 관계자는 "국제협력이나 삭제 기술 고도화 등 여러 방안을 시도 중"이라며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기본 3년간 삭제 지원을 하고, 이후에도 모니터링 작업을 통해 100% 지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부터 지원 기간을 연장해서 지금까지 삭제 지원을 이어간 경우도 있다. 피해자와 함께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삭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희 의원은 "불법촬영물 10건 중 3건을 삭제하지 못하면서 재유포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플랫폼 자율규제 강화'에 대한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