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젊은 세대, 기술 직종 취업 급증
대학 진학 4% 줄고 직업학교 5% 상승임금 격차 줄고 상승률 외려 더 가팔라
AI 등장에 블루 칼라 직업 더 안전 인식
올해 20살인 태너 버게스는 지난해 직업학교에서 9개월간 용접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곧바로 취업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버게스는 "원래 대학에 가려는 생각도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부모님이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만 바라보고 일하는 것을 보고 대학에 가는 게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학교였다. 버게스는 "현재 샌디에고의 병원에서 파이프 설치를 위한 용접 일을 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5년 정도 일을 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10만달러 연봉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대신 직업학교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소위 블루 칼라 직종의 일을 배우는 사례는 버게스와 같이 20대 Z세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고용 시장에서 트렌드로까지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텍사스 A&M대학에서 경력 및 기술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연구하고 있는 바트 테일러 교수는 "대학 진학에 비해 조기에 취업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고 낮은 교육비와 조기에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술직으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폭넒게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학 진학이 화이트 직종의 고소득을 보장하는 사다리라는 인식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릫Z세대릮라 불리는 20대 젊은층 사이에서 기술직을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솟은 대학교 학비를 감안하면 학위를 얻는 것보다 임금이 상승한 전문 기술직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무직 중심의 화이트 칼라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전문 기술직 선호 현상은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4일 CNN비즈니스는 젊은 세대가 대학 진학 대신 직업 학교나 커뮤니티 칼리지를 선택하는 추세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4년간 대학 등록금에 비해 저렴한 학비에다 경력을 쌓으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업체 ADP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20대 중에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보다 직업 학교 졸업자의 취업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 진학률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전국대학생정보연구센터(NSC)의 조사 결과 같은 시기 동안 4년제 대학에 진학한 수는 4% 감소한 반면 직업 학교나 관련 칼리지에 진학한 수는 5%나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 사이의 임금 격차도 크게 줄었다. 연방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학사 학위자의 주급 중간값은 지난해 기준으로 1493달러로 준학사의 1058달러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경력에 따라 임금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른 것이 기술직의 특성이다. 예컨대 건설 기술직일 경우 올해 7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4.3% 상승했고 전문 서비스직의 임금 상승률은 3.9%로 나타났다.
숙련기술직에 대한 임금 상황이 개선된 것은 팬데믹 이후부터다. 코로나19로 경제 셧다운이 되면서 기업들이 문을 닫자 화이트 칼라 중심으로 실직자들이 급등했다. 이로 인해 블루 칼라 직종에 대한 재평가가 되면서 전문 기술직의 선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CNN비즈니스는 생성형 AI의 등장도 젊은 세대의 블루 칼라로 진로 선택에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의 한 기업이 현지 고등학생,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응답자는 "AI의 성장을 고려할 때 블루 칼라 직업이 화이트 칼라 직업보다 더 나은 직업 안정성을 제공한다"고 답변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