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만가구, 소득의 30% 이상 주거비로 지출
모기지 금리보험료 급등이 주거비 상승 원인
올해 대선에서 주거비 문제 화두로 급부상
인플레이션의 상승 곡선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인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주거비 부담은 오히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입자들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매년 오르는 렌트비에 써야 할 정도로 주거비 부담에 한숨이다. 주택 소유주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가파르게 오르는 보험료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금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형편이다. 미국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오르면서 집이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인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고 CNN비즈니스가 전했다.
연방 인구조사국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세입자의 평균 렌트비는 1354달러에서 1406달러로 3.8%나 상승했다. 이 시기 주택 소유주의 주거비도 주택 가치 상승에 비해 1.8%나 더 올랐다.
연방 인구조사국은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의 기준으로 소득의 30% 이상을 렌트비나 모기지 상환 또는 기타 주거비에 지출하는 가구는 '비용 부담을 받는'(cost-burdened) 가구로 간주한다. 조사에 따르면 2100만가구 이상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세에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할 정도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8월 CPI는 전년 대비 2.5% 상승해 2021년 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주거비는 지난달 CPI 상승분의 주요 원인이 됐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5.2%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주거비 상승의 이면에는 주택 관련 비용의 상승이 자리잡고 있다.
팬데믹 이후 몇 년 동안 주택 비용이 급증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팬데믹 당시 경제 부양을 위해 2020년 금리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췄지만, 재택 근무 추세와 맞물려 주택 수요가 더 늘어 비용을 상승시켰다. 또 연준이 금리를 23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린 이후 모기지 금리는 상승했으며, 주택 가격도 치솟았다.
주택 소유주들에게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요인으로 주택보험료 상승이 꼽힌다. 산불, 허리케인, 토네이도와 같은 자연 재해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더욱 올랐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8570만명의 주택 소유자 중 540만명은 연간 4000달러 이상의 보험료를 지불했다. 연 4000달러 이상 보험료를 지불하는 지역으로 플로리다가 비율이 가장 높았고, 텍사스, 캘리포니아, 뉴욕, 루이지애나가 그 뒤를 따랐다.
주택 관련 비용 상승은 자연스레 렌트비 인상의 주 요인으로 이어지면서 미국인들의 주거비 부담윽 가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주거비 급격한 상승은 올해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택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첫 주택 소유자에게 2만5000달러의 초기 계약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모기지 대출 금지를 제안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