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고금리 시대, 일상 경제 어떻게 되나
모기지 하락에 부동산 시장 활력소
대출자 부담 경감 VS 투자 이익 감소
물가 안정· 일자리 상승 기대감 커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은 18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폭 인하를 의미하는 '빅컷'이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연준은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4%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연내 두 차례의 0.25%포인트 인하, 또는 한 차례의 0.5%포인트 인하와 한 차례의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일상 경제 생활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각종 대출 금리 인하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생활 경제의 미칠 영향과 파장을 짚어 본다.
■모기지
모기지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보다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렇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궁극적으로 모기지 금리의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주 기준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6.2%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7.22%에 비하면 1%포인트 가깝게 떨어진 상태다. 향후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더해지면 모기지 금리의 하락세 속도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가격 왜곡에 따른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주택 가격 하락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높은 주택 구매 수요에 비해 주택 매물 부족 현상 때문이다. 3% 수준으로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뿐더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택 매물이 늘고 신규 주택 건설에도 힘을 받아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신용카드 대출 금리는 이번 기준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신용카드 대출 금리가 다른 금리에 비해 높은 수준인데다 신용카드 회사들의 대출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딜 것이란 전망에서다. 연준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신용카드 대출 금리는 평균 22.76%다.
이에 반해 자동차 대출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해 자동차 딜러를 중심으로 대출 금리에 즉각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에드먼드닷컴에 따르면 8월 현재 자동차 대출의 평균 금리는 7.1%다. 기준금리 인하로 자동차 딜러들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 금리 하락과 함께 자동차 할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이빙계좌
투자 목적의 세이빙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기준금리 하락은 치명적이다. 그간 높은 이자율의 혜택을 보았지만 기준금리 하락으로 반전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머니 마켓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준금리 하락으로 세이빙 계좌에 거금을 넣어 두었던 고소득층과 이자 수입에 의존했던 은퇴 시니어들의 손해가 예상된다.
■물가 및 고용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주된 목적은 물가 잡기에 있다. 따라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물가가 더 떨어지는 않아도 지난 1년 동안 급등했던 인상률에 비해 안정적인 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로 냉각된 고용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업률은 4.2%다. 미국 경제의 동력인 고용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기업들의 사업 확장에 따른 투자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신규 고용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