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때보다 동조 약해"…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 차이 탓
(서울=연합뉴스) 주종국·최윤정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이하 현지시간)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했지만 곧이어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중국과 일본, 영국은 금리를 동결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시장 예상을 깬 동결이어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동조화가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은 연준의 빅컷 이후 만 이틀도 안 된 2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LPR를 3.85%로, 일반 대출 기준 역할을 하는 1년물 LPR를 3.35%로 각각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의 금리인하로 중국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 예상이 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로이터 통신이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명(69%)이 5년물과 1년물 LPR 인하를 예상했다.
중국은 지난 7월 5년물 LPR과 1년물 LPR을 각각 0.1%p씩 낮추는 깜짝 인하를 단행한 뒤 두 달째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4분기에는 금리인하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싱자오펑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수석 중국 전략가는 로이터에 "금리 인하가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검토하고 있는 대규모 부양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4분기 한 번에 대폭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했다. 시장 예상과 같은 결과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7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금리 인상 후 미국 경기 후퇴 우려가 제기되면서 8월 초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따라서 이번에는 금리 동결 예상이 많았다.
일본은행은 이번에는 동결했지만, 올해 안에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19일 기준금리를 연 5%로 동결했다.
금융시장에선 연준 빅컷 영향으로 BOE가 예상보다 이르게 이달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BOE는 서두르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대서양 양안에서 통화정책 방향은 같아도 완화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에선 연준이 0.5%포인트 인하로 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한 데 이어 연내 두 차례 회의에서 총 0.7%포인트를 더 인하할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과 9월, BOE는 8월에 먼저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인하를 단행했으며, ECB는 연내 1∼2회, BOE는 11월에 1회 추가 조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CB와 BOE는 지금으로선 보폭을 키우지 않을 분위기다.
ECB 관계자는 19일 경제지표에 의존하는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파 성향의 ECB 정책위원인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을 계속 완화할 여지가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완화한다는 전제로서만 그렇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시장에선 ECB의 10월 금리인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16년 만에 최고인 4.5%로 동결하면서 올해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TD 증권의 글로벌 매크로 전략 책임자인 제임스 로시터는 "물가에서 고용 위험으로 초점 이동이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욱 크게 벌어졌다"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빠르게 사라졌지만 유럽에선 아직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므로 우리는 너무 빨리 또는 너무 크게 (금리를) 인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BOE는 서비스 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상황에 긴장을 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발표된 8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5.6%로, 7월(5.2%)보다 높았고 시장 전문가 전망치 5.5%도 웃돌았다.
또 영국은 임금 인상률은 5%가 넘고 실업률은 하락하는 등 미국과는 노동시장 분위기가 다르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통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 노르웨이 크로네화는 올해 주요 10개국에서 가장 성과가 부진하다.
뉴욕타임스는 2년 전 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맞서서 공격적으로 함께 금리를 올렸던 때에 비해 이번 인하 사이클에선 동조화가 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신흥국은 이미 지난해 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미국은 최근까지도 ECB와 BOE의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았다.
캐나다와 스위스는 속도를 내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6월 이후 세 차례나 금리를 내렸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연준 빅컷 영향으로 다음 주에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는 프랑화 강세로 인한 수출 타격 등을 우려하고 있다.
체코는 25일 0.25%포인트 인하가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체코 중앙은행이 올해 3회를 포함해서 내년 말까지 총 1.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연준 결정 몇시간 후에 0.25%포인트 인상을 발표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만장일치로 이번 결정을 내리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브라질 헤알화는 최대 1.2% 상승했다.
이는 칠레,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 등 다른 중남미 국가들이 경제 성장세를 되살리기 위해 최근 몇 주간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럽도 결국 연준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리걸 앤드 제너럴 투자운용의 책임 이코노미스트인 팀 드레이슨은 "시간이 지나면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며 "연준이 이런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ECB와 BOE는 물가와 고용에서 속도를 높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악사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거시경제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페이지는 미 대선을 변수로 꼽으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조차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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