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 학교에 지원 금지할 듯…문화전쟁 가열
트랜스젠더 여성교도소 수감 금지 행정명령은 법원서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랜스 여성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랜스 여성은 태어났을 때 남성으로 분류됐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 하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 배제'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스 의원은 그동안 트랜스젠더가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비판해온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좌파는 너무 오랫동안 '워크'(woke) 정치의 제단에 여성들의 권리를 희생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에서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연방정부가 트랜스 여성 운동선수들의 여성 스포츠팀 합류를 허용하는 학교에 자금지원을 보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미 하원은 지난달 14일 트랜스 여성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스포츠 여성과 소녀 보호법'을 가결, 이 법안은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도 분쟁의 소지가 큰 데다, 최근 몇 년 새 이어지고 있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문화전쟁'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성전환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와 정치인들은 생물학적 여성 보호를 명목으로 트랜스 여성이 같은 경기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트랜스젠더 보호 조치를 폐지하고, 여성 스포츠에서 트랜스 여성들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유세에서 트랜스젠더 운동선수가 경쟁자들에 비해 불공평한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판적 인종 이론(CRT)을 강요하거나, 보수 측에서 볼 때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인종적·성적·정치적 내용을 퍼뜨리는 학교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삭감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엔 공식적으로 남성과 여성, 두개의 성별만을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기관은 '젠더'(gender·성별 정체성)가 아닌 '섹스'(Sex·성별)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여권 등 공식 서류에 남성과 여성 외 제3의 성별 정체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한 선택지를 삭제했다.
이미 지난 몇년간 공화당이 주도하는 몇몇 주에서는 법률을 통해 성별에 대한 교실 내 토론을 제한하고,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들의 성별 정체성과 일치하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작년 미 전역에서 발의된 반 트랜스젠더 법안은 672개에 이른다. 5년 연속 기록 경신으로, 이중 약 9%는 스포츠와 관련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성소수자 단체 등 진보 진영의 반발을 불렀다.
미 성소수자(LGBTQ) 지원단체 '스톤월 인 지원 이니셔티브'(Stonewall Inn Gives Back Initiative) 관계자는 "트랜스 아이들은 종종 자신의 몸, 삶, 즐거움에 대한 자율권을 거부당한다"며 "그저 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것을 범죄화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제한하는 다른 행정명령들도 이미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트랜스 여성 수감자를 남성 교도소로 이송하고 성별확정치료를 중단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대해 트랜스 여성 수감자들이 낸 임시 금지명령 요청을 받아들였다.
담당 판사는 트랜스 여성들이 남성 교도소로 이감될 경우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원고 측 주장을 인정하며 당국은 기존의 수감 상태와 의료지원을 계속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와 함께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금지한 행정명령을 일시 중지해달라며 군인 6명이 워싱턴DC 연방지법에 제기한 가처분신청도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담당 판사는 이날 미 법무부 측에 원고들이 해고되거나 부대에서 분리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정부가 이를 보장할 수 없다면 오는 7일 해당 정책의 일시 중단에 대한 심리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