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기독교 초창기엔 자신의 본명·세례명 사용했지만 10세기부터 즉위하며 이름 새로 지어
전에 사용한 성인·역대 교황 이름 참고 작명
초대 교황 '베드로'는 상징성 때문에 금기시
가장 많이 택한 이름은 ‘요한’ 총 21명 사용
어떤 이름 선택할지는 선출될 교황에게 달려
7일 시작된 콘클라베에서 차기 교황이 정해지면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선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이 함께 울리면서 새 교황의 이름이 발표된다.
새 교황이 누가 되느냐도 궁금하지만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교황의 이름을 새로 짓는 관습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기독교의 초창기 교황들은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본명이나 세례명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10세기 때인 요한 12세(재위 955~964)부터는 교황에 오르면 새로 이름을 짓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교황의 이름은 그 자체로 기독교의 역사 등 고유의 의미를 담고 있고 그 이름을 전에 사용했던 역대 교황이나 기독교 성인의 업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영국 더럼대의 가톨릭 사학자인 리엄 템플 교수는 "위기에 잘 대처하거나 개혁에 영감을 주거나, 아니면 엄청난 인기가 있었던 이전 교황의 이름들은 새 교황이 이름을 택하는 데 있어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새 교황의 이름을 들여다보면 그 교황의 역사관과 세계관, 성품, 중요시하는 가치 등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란치스코 ‘빈자의 성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가난한 자들의 성자'라 불린 이탈리아 아시시 출신의 성인 프란치스코(1181~1226)를 기려 이름을 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한 바오로, 요한 혹은 베네딕토 등의 명칭 대신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잊지 않기 위해 최초로 프란치스코란 교황명을 택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내내 가난하고 약한 자들,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베네딕토 ‘축복받은 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는 평화와 화해를 상징하는 이름을 택했다.
베네딕토는 '축복받은 자'라는 뜻의 라틴어 'Benedictus'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성인 중에도 베네딕토가 있다. 이탈리아 누르시아 출신 성 베네딕토(480~547)는 유럽 수도원 운동의 창시자로 '유럽 공동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다.
베네딕토 16세는 성 베네딕토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5세를 기려 이름을 정했다.
▶'레오' '인노첸시오'도 물망
역대 교황이 가장 많이 택한 이름은 요한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요한을 기린 이름을 지금까지 총 21명의 교황이 사용했다.
교황명으로 금기시되는 이름도 있다. 베드로가 그중 하나다.
이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첫 번째 사도이자 초대 교황이었던 성 베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상징성에서 비롯된 것이 크지만, 베드로 2세가 마지막 교황이 될 것이라는 중세의 한 (말라키아 예언)도 이런 금기에 한몫했다.
차기 교황의 이름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개혁파라면 사회정의와 노동자 권리에 헌신했던 레오 13세(재위 1878~1903)를 기려 레오를, 청렴을 강조한다면 부패와 족벌주의를 척결했던 인노첸시오 13세(재위 1721~1724)를 기려 인노첸시오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모든 것은 교황으로 선출될 성직자 본인에게 달렸다.
콘클라베에서 정족수를 넘어선 후보가 나오면 당사자에게 교황직 수락 여부와 어떤 이름을 교황명으로 삼을 것인지 묻는 절차를 거친다.
이어서는 선거인단의 선임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서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교황이 선출됐다)이라고 선언하면서 새 교황의 탄생을 만방에 알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