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동서남북]
임지석/목사, 수필가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의 '들오리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지중해 해변에 살던 들오리 한 떼가 추운 지역으로 이동하다가 어떤 마을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마리가 아래쪽을 내려다보니까 아름다운 집 뜰에 집오리들이 모여서 평화롭게 지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들오리는 잠시 쉬어 가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오리들이 있는 집 뜰에 내려앉았습니다. 그 후 들오리는 집오리들에게 푸짐한 대접을 받으면서 신나게 놀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들오리는 문득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날아보려 했지만 그동안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도저히 날 수가 없었습니다. "에이 내일 날아가지 뭐." 들오리는 이처럼 내일, 내일 하면서 많은 날을 집에서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하늘에 들오리 떼들이 아름다운 수를 놓으며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든 들오리는 다시 날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 날아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들오리는 이와 같이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주어진 역할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조금 편하게 살아보겠다는 안일함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치도 잊어먹어야 했던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삶에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는데 오늘 할 일이나 지금 할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면 내일 해야 할 일이 두 배로 늘어나고 지금 해결할 문제를 다음으로 미루면 문제가 두 배로 커질 수 있습니다. 당장 귀찮고 힘들다고 해야 할 일을 미루다 보면 그만큼 일이 어려워진다는 말입니다. 간단한 진리 같지만 반드시 가슴에 새겨두어야 합니다. "다음에 시작하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 오늘 짐을 싸야 내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떠날 수 있다." 우리의 삶에는 지금과 더불어 오늘이 중요합니다. 현재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들오리도 집오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2016-08-2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