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아프리카 부족 가운데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이색적인 행사를 하는 부족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옥수수 밭을 각각 한 고랑씩 맡아서 옥수수를 따도록 하고 그 중에 가장 좋은 옥수수를 수확한 여성이 경기에서 승리를 하게 됩니다. 이 행사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는데 한번 지나친 고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만 보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옥수수를 하나만 따야 합니다. 한 번 따고 나면 더 좋은 것이 있어도 다시 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옥수수 밭에서 나온 여성들은 대부분 풀이 죽은 모습으로 나오게 됩니다.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형편없는 옥수수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해서 이거다 싶으면 더 좋은 것이 보이고, 저거다 싶으면 더 낫은 것이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마지막 고랑에 이르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지만 스스로의 꾀에 빠져 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이 전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세상에서 완벽한 조건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 중에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사람을 찾다가 결혼적령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생길에 더 좋은 선택을 하겠다는 집념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도 보게 됩니다. 비록 당장은 부족해 보일지라도 함께 채워나가다 보면 보다 의미 있는 인생을 이룰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완벽한 조건을 찾겠다는 이유로 시간을 낭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상대가 완벽하면 나도 완벽한 상대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조건을 앞세워 너무 고르다 보면 그만큼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016-12-0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