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어떤 마을에 스승과 제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자가 물었습니다. "스승님,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스승이 대답합니다.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아라. 누가 보이느냐?" "젊은 부인이 어린 아이와 손을 잡고 다정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스승은 이번에는 제자를 거울 앞으로 데려갔습니다. "거울 속을 들여다보아라. 누가 보이느냐?" "거울 속에는 제 모습만 크게 보입니다."
스승이 제자에게 말했습니다. "거울과 창문은 똑같은 유리로 만들어졌지만 차이가 있다면 거울에는 은칠을 하고 창문에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네가 다른 사람을 제대로 보고 이해하려면 먼저 네 마음 속에 있는 은칠을 벗겨내야 한다." 우리는 이처럼 알게 모르게 마음에 은칠을 한 채로 살아갑니다. 눈에는 은칠의 색안경을 쓰기도 하고 마음에는 은칠의 편견을 품기도 합니다. 그 색깔이 진하면 진할수록 대하는 것들에 대한 편견의 농도도 더 짙어집니다. 이에 윌리 아모스는 이렇게 교훈합니다. "인생은 거울과 같으니 비친 것을 밖에서 들여다보기보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살펴야 한다."
우리 삶을 돌아보면 편견과 오해로 인해 관계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인생 가운데 자리 잡기 쉬운 은칠의 마음을 벗어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나 중심의 시선에서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 생각과 판단을 고집하기 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그만큼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편견을 버리고 이웃을 보다 더 포용하는 사람에게 삶은 그만큼 풍요로워집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은칠한 마음을 벗는다면 관계는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오직 편견의 껍질을 벗기고 선한 양심으로 살아가려 힘쓸 때만 삶에 부족함이 없으리라는 생각입니다.
2016-12-1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