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 나갈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 때의 일입니다.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두 여자 선수가 결승전에서 맞붙었습니다. 그러나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한 선수가 기권을 하고 매트에서 내려왔고 상대 선수가 뒤따라 내려와 기권한 선수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날 경기를 포기한 선수는 한국계 미국인 '에스더 김'이었고 뜻밖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는 '케이 포'였습니다.
케이 포는 준결승전에서 다음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으며 이 사실을 안 에스더 김이 그녀에게 양보를 했던 것입니다. 기자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포기한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케이 포는 나보다 실력이 한 수 위에 있는 선수입니다. 나는 올림픽에 출전할 적임자에게 기회를 주었을 뿐입니다." 에스더 김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양보함으로써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희생과 섬김을 통해 인생에서 승리하는 비결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겪게 될 고통과 아픔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보듬어주는 인간미를 보여주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양보를 하는 것이 때로는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름답게 지는 방법보다는 무조건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 주변에 이처럼 아름다운 양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살 맛 나는 곳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보다는 먼저 이웃을 배려하고 도울 때 세상이 그만큼 밝아진다는 말입니다. 당장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까지도 이웃을 위해서 베풀 때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손해를 보거나 어려움을 당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먼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삶의 자세. 성탄절을 앞두고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2016-12-2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