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한 젊은이가 경사가 급한 고갯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믐에다 밤안개가 자욱해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웠기에 그는 그만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그 젊은이는 주변에 바위를 붙잡으며 겨우 버틸 수 있었지만 바위에서 떨어지면 꼼짝없이 죽을 것이라는 불안에 떨며 밤새 애를 태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동편 하늘이 밝아져서 아래를 보니 1미터 아래로 새로운 길이 있었습니다. 불과 1 미터 밖에 안되는 높이였지만 그는 밤새도록 바위에 매달려 죽을 고생을 했던 것입니다.
어려운 일을 당하면 누구든지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런 근심은 더 큰 걱정을 낳고 두려움은 계속 커 갑니다. 사람들은 일평생 근심을 안고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마치 근심 걱정들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이것들에 묶여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두려움이 다리만 쭉 뻗어도 닿을 1 미터 밖에 안되는 높이일 수 있습니다. 불과 1미터 높이에 있으면서도 낭떠러지에 서 있듯이 불안에 빠져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면서 필요 이상으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는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한해가 밝았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으로 1미터도 안되지만 낭떠러지에 매달려있는 기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 있게 뛰어내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1미터도 안되는 높이 때문에 절망할 것이 아니라 담대하게 소망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7-01-0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