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한 왕자가 사냥을 나갔다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는데 마침 한 목동을 발견하고 길 안내를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목동은 부탁을 거절하면서 자신은 남의 집 양을 치는 목동이기에 양 떼를 놔두고 길을 안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왕자는 일당의 수십 배를 줄 테니 안내해달라고 다시 부탁했지만 목동은 계속 거절했습니다. 목동에게 칼을 겨누며 죽이겠다고 위협도 해보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양들을 버릴 수는 없다"며 목동은 단호히 거절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 왕자는 왕이 되어 나라를 통치하게 되었습니다. 쓸만한 인재를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던 차에 왕은 목동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좋지만 한결같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귀하다고 생각해 목동을 불러 재상을 삼았습니다. 왕은 돈과 권력 앞에 뜻을 굽히지 않는 목동의 올곧은 성품을 보고 재상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는 작은 일에도 사명감으로 임했던 목동을 귀하게 여겼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어떤 미혹에도 흔들림 없이 사명을 다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하늘과 사람에게 인정받는 법입니다.
요새 세상을 보면 돈과 권력 앞에 뜻을 굽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살기 위해 소신을 굽힐 수 밖에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곧게 소신을 지키는 사람이 언젠가는 인정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어진 사명 때문에 손해를 보고 고난 당하는 일까지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찮게 보이는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왕자의 부탁도 거절했던 목동을 본받아야 합니다.
2017-02-0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