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딸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친구와 심하게 다툰 어린 딸이 울먹이면서 톨스토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저 심술꾸러기 아이가 나를 막대기로 때렸어요. 제발 저 아이를 좀 혼내주세요.” 톨스토이는 속이 상했지만 빙그레 웃으며 딸을 꼭 껴안고 속삭였습니다. "아빠가 그 아이를 혼내주면 그 아이는 너를 더 미워할 수 있단다. 그 아이를 미워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너의 사랑이 전해지면 다시는 너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 톨스토이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면서 딸에게 "그 아이에게 갖다 주렴"이라고 말했답니다. 그 후 딸과 그 아이는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자녀가 친구와 다투고 오면 부모들은 마음 무척이나 상합니다. 당장 달려가서 혼을 내주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딸에게 미움을 대신해서 사랑을 가르쳤습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사랑은 미움보다 더 엄청난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미움으로 이룰 수 없는 열매와 능력을 생산했습니다. 인생의 진정한 지혜는 톨스토이의 일화처럼 사랑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말입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톨스토이가 가르친 사랑의 효과가 딸의 인생에 얼마나 크게 작용했을까는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2017-02-0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