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거칠고 사나운 야생마를 길들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 서부의 농장주들은 말을 듣지 않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먼저 야생마를 초원으로 데리고 나가 그보다 작은 당나귀와 함께 묶어두고는 고삐도 없이 풀어 줍니다. 야생마는 한참 동안 이리저리 뛰어오르면서 힘없는 당나귀를 끌고 다닙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력한 당나귀를 끌고 지평선 너머로 유유히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기를 며칠, 자취를 감췄던 야생마가 당나귀와 함께 나타납니다. 둘은 여전히 함께 묶여 있지만 그 모습이 이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당나귀가 앞장을 서고 야생마는 얌전히 당나귀의 뒤를 따릅니다. 방목지에서는 늘 일상으로 벌어지는 일이지만, 당나귀를 떼어 놓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내며 날뛰던 야생마는 결국 지쳐버리고 맙니다. 끝까지 매달려 있는 당나귀에게 반항하기를 포기한 채 야생마 스스로 얌전해지는 길을 택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천방지축 날뛰던 야생마는 순하게 길들여진다는 것입니다.
눈을 우리 일상으로 돌려보면 보잘 것 없는 우월감으로 야생마처럼 날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 미련한 것 같지만 당나귀와 같은 뚝심과 인내로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큰 힘을 가졌다 해도 끝까지 참으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철학자 밀턴은 이렇게 교훈합니다. "가장 잘 견디는 자가 무엇이든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다."
2017-03-0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