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20년 전 가족들과의 다툼으로 떨어져서 혼자 살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가족과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기에 그는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머니를 만났을 때 어머니는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지난 20년간 연락 한 번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머니의 노여움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화도 잘 냈지만 재미있고 매사에 활력이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치매 때문에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저씨라 불렀습니다. 아들인 그 남자는 그날 저녁 메뉴로 카레를 어머니와 함께 먹었습니다. 식사를 하던 어머니가 그 남자를 빤히 바라보더니 물었습니다. "아저씨는 카레를 많이 좋아하시나 봐. 우리 아들도 카레를 좋아해서 한꺼번에 두 그릇씩 먹곤 했는데…" 남자는 자신이 어렸을 때 카레를 좋아해서 수시로 어머니를 졸라대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있었지만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남자는 가슴 속으로 울면서 부르짖었습니다. "불효자를 용서해주세요."
우리에게 영원할 것 같은 시간도 돌이켜보면 순간이요 찰나입니다. 따라서 조건 때문에 지금해야 할 것을 다음으로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길지 않은 우리의 인생길에 부모님이 더 이상 기다려주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찾아갈 가장 좋은 때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 만나야할 사람들을 찾아가서 사랑을 고백할 수 있어야합니다.
2017-03-1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