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1987년 폴란드 한 병원의 수술실에서 찍힌 사진이 기억납니다. 그곳에서는 외과 의사 즈비그뉴 리리가 (Zbigniew Religa)가 폴란드 최초로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는데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낮았으며 당시 기술적인 결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23시간에 걸친 긴 수술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사진에 나타난 즈비그뉴는 안도하는 눈빛으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를 보조한 사람은 지쳐서 한쪽 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의료인들의 신조와 윤리강령을 보여주는 제네바 선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 지금도 많은 의료인들은 선서한 대로 현장에서 땀 흘리며 생명을 살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지키며,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도 주어진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이런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삶에 주어진 일들을 사명감으로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자신 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풍성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자신에게 특별히 주어진 사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술에 임하는 의사의 자세에 따라 환자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반드시 이루기 원하는 사명감으로 내게 주어진 일에 임해야 하는 것입니다.
2017-03-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