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조선 중기의 학자였던 이지함이 선조 때 포천 현감으로 부임을 했습니다. 그의 행색은 매우 초라했는데 삼베옷에다 짚신을 신고 다 헤어진 갓을 쓰고 있었습니다. 고을 관리들은 새로 부임한 현감인지라 정성을 다해 진미를 갖추어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음식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젓가락도 대지 않았습니다. 관리들은 차림이 시원치 않다고 생각해서 더 좋은 음식을 마련해서 상을 올렸지만 그럴수록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지함은 이 일로 전전긍긍해하는 관리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라의 백성들은 생계가 곤궁한데 이렇게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나요. 우리가 넉넉하게 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오? 그건 분수에 맞지 않게 사치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보리밥과 시래깃국을 가져오도록 해서 부임 첫날 식사를 마쳤다고 합니다. 이지함이 보여주었던 청렴 의식은 부정과 부패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물쇠입니다. 우리 자신이 부패하지 않으면 가족과 이웃이 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렴과 부패의 길 중 어느 길을 걷느냐에 따라서 흥망이 갈립니다. 건강한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세우려면 소속된 한 사람, 한 사람이 청렴으로 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청렴은 지도자의 본질적인 임무요 선행의 원천이며 모든 덕행의 근본이 됩니다. 세상이 바뀌고 인심이 요동쳐도 청렴한 삶은 하늘의 별처럼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017-04-2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