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시골 마을에 초등학교 5학년인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주전자를 하나씩 가지고 오도록 학생들에게 과제를 냈습니다. 여학생은 어머니에게 주전자를 준비해 달라고 했으나 어머니가 내놓은 주전자는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학교에 가져가면 놀림거리가 될 것이 뻔했지만 어머니는 보자기에 싸서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여학생은 녹슨 주전자를 내놓기가 창피해서 가방에 다시 집어넣고는 깜빡 잊고 안 가져왔다고 둘러댔습니다.
집에 돌아온 여학생은 주전자를 잘 사용했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녹이 많이 슬어서 수세미로 박박 닦았지. 어제 봤을 때보다 그렇게 흉하지는 않았지?" 여학생은 어젯밤 잠결에 들었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생각났습니다. 방으로 들어와 보자기 안에 있던 주전자를 꺼내 보니 눈 부실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여학생은 녹슨 주전자를 닦는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며 한없이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보다는 자녀들이 먼저입니다. 감기를 앓게 되면 혹시나 자식에게 옮길까봐 걱정이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자식부터 먼저 챙깁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변함없는 그늘이 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저울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 놓고 다른 한쪽 편에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 성큼 다가온 어머니날을 기억하며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17-05-0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