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결혼 8년차인 부부가 이혼 위기에 처했습니다. 딱히 큰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아내의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삶에 지쳐 있던 남편도 이혼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을 하던 남편은 과일 행상을 만나서 할 수 없이 귤을 사가지고 집에 왔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아내가 탁자에 올려놓은 귤을 까먹으면서 말했습니다. "귤이 참 맛있네."
남편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귤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결혼 후 귤을 사다 준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건강을 위해 늘 신경을 쓰는 아내를 위해 무엇 하나 해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남편은 마음이 울컥해 방에 들어가 한참 울었습니다. 그는 며칠 후 과일가게를 찾아가 제일 맛있어 보이는 귤 한 바구니를 샀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눈에 쉽게 뜨일 수 있도록 주방 탁자에 올려놓았습니다. "당신이 사온 귤 참 맛있네." 남편은 참으로 오랜만에 환하게 미소를 짓는 아내를 보았습니다.
최근 배우 차인표씨는 한 방송에서 50년을 살아오면서 3가지 진리를 깨달았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째,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둘째,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셋째, 남편은 아내를 이길 수 없다." 한 가지를 더 붙여본다면 "남편의 진정한 사랑은 어떤 아내의 마음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17-05-2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