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경북 안동 택지 개발 현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분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한글 편지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그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늘 나에게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먼저 가셨나요? 천지가 온통 아득한 이런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갓 그곳에 있을 뿐인데 나처럼 서러울까요?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이 편지 보신 말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 넣습니다."
이는 죽은 남편을 기리면서 1586년인 병술년 유월 초하루에 쓴 편지로 알려졌습니다. 남편은 30세 아주 젊은 나이에 어린 아들 원이와 임신한 아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응태라는 사람으로 확인이 되었답니다. 편지를 보면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아내의 애절함과 꿈에서라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애틋한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벌써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도 애뜻한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40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편지를 접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이 될 정도로 이 편지는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이별할 것을 알지만 영원히 같이 있을 것처럼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 사랑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400년 전에 쓴 편지가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그것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이 필요를 느낄 때 더욱 가치가 있고 빛날 수 있습니다.
2017-05-24 03:5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