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자가 하인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흙이 묻어 더러워진 신발을 닦아 놓으라고 하인에게 말했습니다. 하인은 "어차피 닦아 봤자 주인님이 나들이를 하시면 다시 더러워질 게 아니냐"며 항변했습니다. 그 날 저녁식사를 위해 부자는 하인과 함께 식당을 찾았습니다. 부자는 하인에게 관심도 두지 않고 자기 음식만 주문하면서 말했습니다. "자네 저녁은 먹어서 뭣하나? 내일이면 다시 배가 고파질 텐데…"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살이도 이와 같습니다. 어차피 배고플 것이지만 매끼를 먹어야 하고, 어차피 더러워질 옷이지만 깨끗하게 세탁을 하며, 어차피 죽을 몸이지만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갑니다. 등산을 다니는 사람에게 "어차피 내려올 것 무엇 하러 올라가느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때때로 당장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은 과정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에만 집착하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땀도 흘리고 힘에 지치도록 수고도 하면서 이 땅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인생의 결말은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며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모양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삶에서 무엇을 누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과정으로 살아가느냐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성실과 인내로 탑을 쌓아가는 과정이 있었다면 그 결과를 떠나서 인생에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인생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2017-08-03 02: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