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조선시대 청빈한 관료 하나가 있었는데 그는 검소한 삶을 살아 많은 사람들에게 본이 되었습니다. 그는 왕의 신임을 얻어 마침내 나라의 중요한 관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어느 날 한 신하가 왕을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전하, 그의 집에는 큰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방이 있다 합니다. 틀림없이 많은 재물이 감추어져 있을 것이오니 조사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신하들을 대동하고 그의 집을 방문한 왕은 집안을 두루 살피다가 자물쇠가 채워진 방을 보고는 문을 열어보라고 했습니다. 방 안에는 놀랍게도 헌 옷 하나가 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왕이 헌옷을 보관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지금 벼슬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지만 가끔 분에 넘치는 헛된 마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헌 옷을 바라보면서 가난했던 때를 기억하면서 검소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더욱 애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 가졌던 마음을 기억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삶이 힘들고 어려워질수록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사업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할 것 없이 맡은 일을 잘 하려면 처음 품었던 마음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앞만 바라보면서 무모하게 전진할 것이 아니라 가끔은 뒤도 돌아봄으로써 삶을 힘들게 만드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입니다. 처음 가졌던 첫사랑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2017-12-0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