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 수필가
펭귄들이 남극의 추운 날씨를 견뎌내는 방법을 보면 참으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이들은 우리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을 초월해서 살아가는데 생존을 위해 각자의 희생과 도움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펭귄들은 서로 몸을 밀착해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어 집단 전체의 체온을 유지합니다. 바깥쪽에 서있던 펭귄의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다른 펭귄이 자리를 바꿔주는 '허들링'방식을 통해서 참혹한 추위를 함께 견뎌냅니다.
지난번 고국의 포항시에서 있었던 지진의 현장에서 참으로 흐뭇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진을 피해서 지역 체육관에 임시로 설치한 간이 텐트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만삭의 몸으로 지진을 겪으면서 대피소 생활을 하던 젊은 새댁이 아기를 낳는 일이 있었다 합니다. 그녀는 갑작스런 대피소 생활로 몹시 불편했던 데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임시 거처에서 함께 지내던 이웃들은 그녀에게 가장 따뜻한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자신들도 힘든 삶이었지만 신생아에게 필요한 것이면 앞 다투어서 물품을 챙겨주기도 했던 것입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법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누군가를 돕고 베풀는 삶은 결코 손해 보는 것이 아닙니다. 펭귄이 보여준 '허들링'의 사랑으로 이웃을 감싸 안을 때 우리도 그러한 사랑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섬기기 원하는 사람의 인생에는 섬김을 받는 복이 따릅니다.
2018-02-1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