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휩쓸며 일제강점기 핍박받는 한국민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키워준 사이클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아시아에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무적의 선수로, 경기마다 수만 명의 관중을 몰고 다녔습니다. 자전거 점포의 점원으로 시작해서 훈련 한번 제대로 받지 않았지만 아시아 최강의 사이클 선수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자전거 대왕이라 불렀는데, 바로 엄복동이라는 사이클 선수입니다.
1920년 5월 2일 일본은 한국인들의 기를 꺾기 위해 당시 일본이 자랑하던 다카히로를 자전거 경기에 출전시킵니다. 하지만 엄복동 선수가 다카히로를 몇 바퀴나 앞서며 결승선을 향해 달리자 심판진은 해가 져서 어두워졌으니 경기를 중단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경기를 취소시켰습니다. 본노한 그가 본부석으로 뛰어가 일본 깃발을 부러뜨리며 항의하자 일본인들은 그를 집단 폭행을 가해 그가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엄복동은 피나는 재활 끝에 3년 뒤 중국 자전거 대회에 나가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낭중지추 (囊中之錐)라는 한자말이 있는데 재주가 뛰어난 인재와 진정한 영웅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엄복동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자신보다 조국의 영예를 위해서 헌신했던 사실에 있습니다. 일본 선수와 경기할 때는 힘을 다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페달을 밟았다 합니다. 우리도 자신에게 정해진 인생길을 걷을 때 엄복동을 닮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이루며 살아가는 시대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2018-03-2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