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 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화가입니다. 그는 한 때 촉망받는 화가였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시력과 함께 많은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눈이란 화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소중한데 시각장애 1급으로 판정을 받아 눈앞을 비추는 전등 불빛조차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이에 절망한 나머지 몇 번이나 생을 포기하려 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다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기법은 독특한데 캔버스 위에 연필이 아니라 명주실을 붙여서 밑그림을 그리고 핀을 꽃아 구도를 잡습니다. 그 다음 명주실과 핀을 손으로 더듬거리면서 캔버스에 나무껍질을 붙여 나갑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캔버스 위에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손끝의 감각만을 이용하여 텅 빈 캔버스를 악착같이 채워가면서 본인만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드디어 그는 2017년 1월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그림인 것을 모르고 찾아온 대부분의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거나 희망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딘 작업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절망에 지지 않고 자신의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게 그 희망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 오늘도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기 충분한 이유를 찾아 기쁨으로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2018-05-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