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읽었던 책중에 '세계 위인전집'이 있었다 .
삼성출판사(삼성그룹 소유가 아님)가 간행한 10여권짜리 하드커버 위인전에는 공자,석가,소크라테스,징기스칸등 세계 각국의 위인들속에 조지 워싱턴,링컨등 미국대통령도 포함되어 있어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과거 미국 대통령은 어딘지 품위있고 인격적이며 인자한 미소로 손을 흔드는 그러한 아우라가 느껴졌었다.
실제로 세계현대사에서 미국의 역할은 결정적이어서 프랑스의 석학이었던 앙드레 모로아는 나치를 피해 미국에 망명와있던 1943년 그 유명한 역저 '미국사'를 저술하게 된다. 자유(liberty)와 정의( justice)를 지향했던 미국이라는 나라는 망명와있던 이 석학에게조차 인상깊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은 단지 부와 군사력의 압도적인 우위만으로 세계에 군림하려는 나라가 아니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각지역의 전장에 자국 젊은이들의 피가 뿌려지는 희생이 있었고 폐허가 된 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있었다. 세계는 그리하여 미국에 대한 도덕적 인정을 공유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거의 대부분이 그러한 이미지로 우리에게도 다가왔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그런 시대는 지나가버린 것 같다. 미국의 대통령은 이제 세계위인 전집에 언감생심 나오지않을 것이다. 지금 트럼프대통령의 모습에서 위인의 풍모를 찾기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것처럼 와닿지않는 일이다.
지금의 미국은 힘의 우위는 여전할지 몰라도 세계에서 지녔던 도덕적인 압도적 지배력은 이미 붕괴되어 버렸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조지 W. 부시대통령에게서부터 시작되었다.
9.11사태에 뒤이어 나온 그 유명한 '악의 축'발언이나 '미국편에 서지않으면 모두가 적'이라는 등의 발언은 오히려 동맹국들을 등돌리게 만들었고 이라크전이 최악의 선택이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부시와 트럼프의 닮은 점은 둘다 '잘 웃지않는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도 동맹국들과 좌충우돌하는 것이 어딘지 불안하다. 비단 무역분쟁 뿐이 아니라 독불장군식으로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등 불협화음을 자초하고있다.
국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형제나 가족 이민 신청을 해놓고있는 한인 당사자들에게도 트럼프대통령은 거의 재앙의 수준이다. 그저 우려속에 트럼프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처럼 한 나라도 이익과 명분의 조화를 추구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의 트럼프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만 골몰한 나머지 자칫 더 큰 것을 잃는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의 머리속에 각인되었던 온화한 미국대통령의 이미지는 이제 더이상 돌아오지않을 것같다. 이마에 주름이 있어도 쿨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레이건의 모습을 더이상 기대할수없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있는 미국이라는 제국도 이제 변하고 있는 것이다.
2018-08-2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