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역투는 하나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같았다. 모든게 파격으로 구성되었던..그리하여 더욱 감동적이었던 불꽃놀이. 1차전 선발로 발표될 때부터 이상한 예감이 들게 하더니 류현진은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이라는 압도적 투구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요즘은 어딜가나 류현진 이야기다. 비단 한인들뿐이 아니다.
LA타임스를 비롯한 주류언론은 물론 경기가 중계되던 동네마다 류현진의 투구 하나하나에 주민들의 환호소리가 터져나왔다고 한다. 다운타운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한인들도 모처럼 류의 역투로 '살 맛이 난다'고 했다던가.
딸아들 둘을 두고 있는 필자는 평소 자녀에게 별다른 강요를 한 일이 없지만 직업만큼은 가급적 의사나 변호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해왔었다.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가급적이면 삶의 밝은 부분에 천착한 직업을 갖고 살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의사에 대해서 만큼은 경의로운 마음을 표하고 싶다.
류현진의 재활을 담당했던 의사는 1차전 당일 류현진의 역투를 지켜보고 경기가 끝난뒤 '이제서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고 한다. 의사가 참으로 멋져보이는 순간이었다.
누구도 류현진이 이렇듯 화려하게 부활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냉엄한 프로세계에서 한번 밀려난 류현진에게 이런 기회가 다시 주어질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류현진의 부상은 한두달 몇개월의 일이 아니었다.수년간에 걸쳐 부상과 재활의 악순환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를 믿고 기다려준 다저스 구단의 의리랄까, 인내에도 평가를 하지않을 수 없다. 류현진의 재활에 대한 의지나 낙천적 성격 등도 중요하지만 만일 구단이나 가족들 사이에서 절망적 시선으로 그를 대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초래됐을까. 류현진의 부활은 그래서 더 감명을 준다.
이대로 끝날 것만 같은 힘든 상황에서 일어선 그의 재기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한인들에게도 용기를 불어넣어줄수 있다고 본다. 헌 사람의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류현진은 입증하고 있다.
류현진의 부활 드라마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아직도 배가 고픈 것이다. 애틀랜타를 이겨 내셔널리그 챔피언 시리즈에 진출해야 한다. 거기에서 또 한번의 드라마를 선사한 뒤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등판, 불꽃같은 역투를 뿌려대며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이런 드라마가 필요하다. 너무나 메마르고 가시돋힌 세상에서 류현진이 펼쳐보일 아름다운 드라마가 현실로 이루어지는 생각을 가져본다.
2018-10-0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