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을 인술이라고 한다.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픈사람을 낫게하고자 애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최고의 의사를 심의 (心醫)라고 칭하였고, 긍휼한 마음없이는 심의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긍휼이란 뜻은 여리고 약하고 아픈 존재에 대한 안쓰럽고 측은한 느낌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긍휼한 느낌은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에게도 적용된다. 아파도 말도 못하고 낑낑대는 강아지를 볼 때 어떤 감정이 드는가? 자기를 챙겨주는 주인에게 무조건적인 순종과 애정을 표현하는 애완동물들이 아파서 쩔쩔맬 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미국이나 한국은 물론 17억 인구를 가진 중국까지도 요즈음 반려동물 한 둘 키우는 것이 대세다. 특히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한 가정 1자녀 갖기를 법제화하여 온 문화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 홀로 자라 무남독녀이거나 무녀독남인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자연스레 집에 고양이나 개를 데리고 살기 마련이다. 가정에서 키우는 동물 건강 관련사업이 급증하고 각광받는 이유다.
동물을 위한 치료술로서 동물침구학은 그 역사가 매우 깊다. 특히 한민족의 뿌리인 동이족 조상들은 일찍 농경생활을 하여 소를 키우고, 기마 전투에 능하여 말을 잘 다루었다. 조선시대에는 마의 (馬醫)였던 백광현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왕과 세자까지 치료하는 어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우리의 귀한 전통을 되살려 미국 현지에서 활용하게 하자는 뜻에서 사우수 배일로 대학에서도 오래 전부터 동물 침구학(Animal Acupuncture) 커리큘럼과 제도화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아직 미국에서는 수의사만이 동물을 다룰 수 있고,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동물침구술에 관심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 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한의 명문대학으로서 사우수 배일로는 미국 한의사들의 미래를 위해 한의 침구학을 법제화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스운 얘기로 중국은 가난했던 시절 잡아먹기에도 바빴던 동물들을 이제 한 식구처럼 케어하는데 연간 수백억불을 쓴다고 한다. 발상을 전환해보면 동물침구학은 인간에 대한 휴머니즘을 넘어 온갖 생물에 대한 휴머니티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 육식을 하지않고 살생을 금하는 계율이 있는 까닭이다.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어 야채만 먹을 수는 없겠지만불교정신을 살려 동물침구학이 꼭 필요하다는 시대의 추세를 읽는 안목이 필요 할 것이다.
2018-10-1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