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의 전재산 사회환원 뉴스는 신선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홍콩 느와르영화 ''영웅본색'과 미국에서도 인기리에 상영됐던 '와호장룡'의 주인공 주윤발은 수려한 외모와 성냥개비를 입에 무는 특유의 모습들로 한인들에게도 가장 잘 알려진 배우중의 하나다.
그가 한국돈으로 1800억원에 달하는 전재산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1800억원이면 미화로 1억불을 훌쩍 넘기는 거액이다.웬만한 정신적 철학이나 소신을 갖고있지 않으면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노키아 구형전화기를 17년동안 쓰는등 근면과 검소가 몸에 밴 것으로 보인다.
거액의 재산에 대해서는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을뿐 내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의 결정이 돋보이는 이유는 탐욕과 과시가 만연한 오늘의 세태에서 '내려놓기의 미학'을 직접 실천한 대표적 유명인사이기 때문이다.
재벌이나 연예인등 유명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신변잡기 하나하나까지 가져다 싣는 언론은 그들의 도덕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논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국사회의 그많은 연예인이나 재벌중 전재산 환원 소식은 기억나는 바가 별로 없다.
주윤발은 '행복한 것'과 '행복해 보이는것'의 차이에 대해 알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한 것보다 행복해 보이는 것에 더 신경을 기울이는게 사실이다.
재산을 내려놓는다는 그의 모습에서는 고뇌보다 개운함이 보인다.
그런가하면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로토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세븐 일레븐이나 리커스토어등 복권판매점에는 로토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뱀의 허리처럼 늘어서 있고 한국에서도 지인에게 복권을 사달라고 원정구매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인직장에서도 직원들끼리 로토구매 열풍이 일고있고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파워볼과 메가복금액을 합치면 20억불이 되느니 안되느니 하며 복권이야기로 들떠있다.
주윤발의 재산환원 소식에 찬사를 보내는 모습과 복권열풍에 휩싸인 모습은 어딘가 불일치되는 부분이 있다.
화제에 함께 동참해 이야기는 하지만 항상 느끼는 것이 '만일 정말 복권에 당첨되면 제대로 살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한 시간은 내가 가장 돈이 많았을 때가 아니었다.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여행에 대한 열망이든 치열하게 노력했던 순간이었다.
주체할수 없는 거액의 폭포수를 맞게되면 노력할 대상이 내면에서 사라져버릴것이며 갖고싶은것도 이루고싶은 것도 사라져버리는 정신의 공황상태가 오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어쩐지 무지하게 불안할것만 같다.
그저 건강이 허락할때까지 일하면서 가끔은 여행도 하고 주변을 조금이라도 챙기고 도우며 인간답게 살수있으면 좋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소박한 바램일까.
2018-10-2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