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개월여 사이에 아스피린에 관한 매우 의미있는 5건의 논문이 거의 동시에 발표돼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많은 사람들을 많이 놀라게 하고 있다.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아스피린의 주성분은 '아세틸 살리실산'으로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되었고, 1899년 독일에서 처음 상표 등록한 후 세계로 유통된 아주 역사 깊은 약이다. 초창기 아스피린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약으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두통, 소염제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또 아스피린은 혈액농도를 낮춰 심혈관 질환이나 심장마비 예방약으로 널리 알려있고 대장암 예방, 심장질환 예방, 뇌경색 예방, 유산 경력이 있는 여성의 임신에 도움이 되며, 위암 예방, 치매 예방, 전립선암 예방 등 거의 만병 통치약 수준으로 받들어 모셔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아스피린은 인간이 발명한 3대 의약품 중의 하나로 평가되어 왔고, 위장관출혈, 뇌출혈을 비롯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심장병예방, 암예방 등에 너무나도 획기적이고 저렴한 약으로 간주되고 복용이 장려되어 왔다.
이미 120년 이상 인류와 함께 성장해온 아스피린은 한 해에 600억개 이상이 팔리고, 금액으로는 무려 550억달러의 판매고를 올릴만큼 많이 팔리는 약이다. 이렇다보니 그 부작용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미 보건복지부(U.S. Department of Health&Human Services)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분의 1이 매일, 혹은 하루 걸러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고 65세 이상 인구의 반이 거의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65세 이상 인구의 네 명 중의 한 명은 심장병이 없는데도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매일 혹은 격일로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아스피린은 스태틴, 스테로이드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3대 의약품 오남용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8월부터 9월 사이에 뉴잉글랜드 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아스피린에 대한 논문의 내용은 심장마비나 심혈관계 질환의 병력이 없는 사람이 아스피린을 심장병이나 암 예방목적으로 복용할 경우 그 복용으로 인한 이점보다는 출혈로 인한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5년간의 연구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암 관련 사망률이 높았고 전반적인 사망률에 있어서도 1천명당 1.6명이 높아서 아스피린 전체 복용인구로 환산하면 매년 미국에서만 한 해 4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아스피린에 의한 부작용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한국에서 38명이 사망한 메르스 사태 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을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아스피린을 구멍가게의 캔디처럼 생각하는 지를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아스피린은 아무나 막 먹어도 되는 캔디가 아니라 의약품이라는 사실이다. 이유 없이 남이 먹으니까, 심장병이 예방되고 암이 예방된다니까 나도 따라 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노웰 대표>
2018-10-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