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며 길을 달리다 보면 '에스테이트 세일'이라고 씌여있고 화살표까지 그려져 있는 간판을 가끔 보게 되는데 저 집에서는 무엇을 팔려고 하나 하는 호기심이 들고, 혹시 나에게 필요한 무엇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찾아들어가게 되곤 한다.
대부분의 에스테이트 세일은 노인 두 분이 살다가 어느 한쪽이 떠나고 남은 한 쪽이 힘들게 삶을 부지하다가 결국 그마저 요양시설로 옮기고 오래지 않아 거기서 세상을 하직하면 아무리 부모들이 쓰던 것이라고 해도 올드 스타일의 가재도구들을 쓸 마음이 전혀 없는 자녀들은 물건 처리를 전문 수탁판매회사에 요청하게 된다고 한다. 회사는 기일 안에 집을 완전히 빈 공간으로 만들어주어야 하기에 헐값에라도 팔아치우고 그렇게 하고도 남은 것들은 자선기관에 기증하여 정리를 마친다고 한다. 기증 전에 한 푼이라도 돈을 만들기 위해 판매되는 과정이 에스테이트 세일이며 이렇게 하여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던 흔적은 완전히 지워져 버린다.
에스테이트 세일 현장에 들어갈 때 먼저 생각이 미치는 것은 물건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노인 두 분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내어놓은 것인데 무슨 물건이 그렇게 많은지! 이 방, 저 방, 그리고 차고에 이르기까지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만큼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보며 이젠 집에 무언가를 들이기보다 있는 것들을 밖으로 내어 놓는데 힘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앞두고 집을 거의 빈 집처럼 비우고 살다가 갔다고 하지 않던가?
집집마다 많은 것이 다르다. 어떤 집에는 음악 엘피판에서부터 씨디에 이르기까지 음반과 음악관련 소장품이 유난히 많아 고인이 음악을 무척 좋아하며 음반 수집이 취미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집에는 그릇과 주방용품이 특별히 많은가하면, 어떤 집에는 악세사리와 화장품이 유독 눈에 많이 띄기도 한다.
범죄수사를 전담하는 프로화일러가 아니더라도 생전에 고인들이 무엇을 좋아했으며, 어디에 돈을 많이 썼으며, 여가시간에 무엇을 했던가, 그리고 어떤 직업에 종사했던 분들인가는 쉽게 추정해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세일 현장에서 가슴 속에 파고드는 느낌은 인생이 참 허무하고 서글프다는 것이다. 지금 팔리기 위하여 진열되어 있는 것들이 구식이고 낡은 싸구려 물건에 불과하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인이 애지중지하며 사용하던 애용품들이 아니었던가? 많은 발품, 많은 시간을 들여 장만했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고 그것들을 집에 가지고 들어와 얼마나 좋아하고, 아끼고, 잘 보관하면서 살림의 기쁨에 충만했었을까? 그런데 지금은 헐값으로 팔리기를 기다리는 싸구려 중고품에 불과하디니!
"내 유품들이 그런 운명을 맞는 그 때 나는 한 줌의 재가 되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존재가 사라지고 말겠지? 허무한 인생이여"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우리에겐 하늘나라가 있다! 영원히 쇠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하늘나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18-12-2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