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질환으로 급서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소식은 참으로 복잡한 소회를 갖게 한다.
그동안 대한항공 일가의 각종 잡음과는 별개로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딸과 아내 그리고 대한항공의 비리와 관련된 문제로 검찰 등에 출두할 때의 모습을 보면 속상해 하는 기색도 분노한 기색도 아닌, 차라리 체념한 표정이어서 참 특이한 캐릭터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미 깊숙히 진행돠고 있던 폐질환을 가슴에 품고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어버린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항공 일가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재벌가지만 행복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재벌가였다. 하나의 집안이 그토록 완벽하게 본받을 일과는 동떨어진 상태를 보여주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
고 조중훈 대한항공 창업자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벌어졌던 형제간의 싸움은 별개로 치더라도 이번에 작고한 조양호 회장의 집안만 보더라도 아내 이명희,큰딸 조현아,둘째딸 조현민이 돌아가면서 터뜨린 각종 사고들은 혀를 내두르기에 충분했다.
그 정도의 인격을 가진 식구들에게 둘러쌓여있었다면 가장인 조양호 회장의 속앓이가 어땠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회사에서는 치열한 경영의 전쟁을 치렀다 하더라도 가정에서는 평안의 시간을 가질수 있어야 했을 것이다. 손녀딸의 피아노 연주라도 들으면서 피곤에 지친 육신과 정신을 잠시라도 달랠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회장은 성격 센 아내와 두 딸의 모습을 보면서 폐로 모든 체념을 쓸어담아 놓은 듯하다.그런 것을 기대하기에는 세 모녀의 성정이 이미 너무 셌던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아내의 폭행 논란,두 딸의 땅콩회항과 물컵 갑질 논란 등이 외부로 불거지면서 경영권까지 빼앗길 상황이 되자 울화가 폐로 급격하게 올라와 사망에까지 아르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언론에서는 불과 며칠전에 조회장의 퇴직금만 수백억에 물려줄 주식가치가 천몇백억이 될것이라는등의 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 세상에서 떠날 때는 아무 것도 가지고 갈수 없는 것을 말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어쩔수 없는 것을 '한계상황'이라고 했다.
그 한계상황 중에서도 가장 어쩔수 없는 것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가족은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조양호 회장의 경우처럼 끊임없이 고통을 겪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알려지기 전에는 대한항공 일가에서 새어나오는 화사한 불빛들이 모두 행복으로 채색되어 일반인들에게 전해져 왔을터…진정 행복은 자신이 껴안고 가는 것이어야하지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님을 또다시 깨닫게 된다.
가족도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조회장 일가의 비극에서 느끼게 되는 것이다.
2019-04-0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