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상징이자 유럽의 상징 노트르담 성당의 첨탑이 꺾어져 내리는 것을 보는것은 정말이지 참혹한 일이었다.
노트르담 성당 자체가 갖는 세계사적인 가치도 가치지만 내게는 각별한 인연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신혼 초에,이제 막 걷기 시작한 딸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유럽을 배낭여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방문했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인 방문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고색창연하면서도 기품이 우러나던 노트르담 성당 안으로 들어가 아주 좁게 나선형으로 된 돌계단을 돌아돌아 올라간 끝에 마주한 첨탑이 있는 옥상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저절로 아! 하는 탄성이 나오고 나는 인간이 이토록 아름다운 구조물을 지을수가 있단 말인가 경외심에 사로잡혔었다.
세느강이 양쪽으로 흐르는 시테섬 한가운데 위치한 노틀담 성당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전경은 에펠탑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운치를 자아냈고 하늘로 향해 뻗은 고딕양식의 첨탑들 한곳한곳에 예술로 가득찬 조각상들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 첨탑의 조각상들은 손으로도 사다리로도 닿을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한가운데로 기적처럼 첨탑은 치솟아 있었다.
고딕양식은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하늘에 있는 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던가.
바로 고딕양식의 총화로 새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할수 있는 노틀담성당의 첨탑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유럽의 대표적 성당이라 할수 있는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비엔나의 성 슈테판 성당,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을 다 가보았지만 신성함과 예술성의 측면에서 노트르담 성당은 가히 압권이었다.
복구작업을 위한 지원금이 기록적으로 모금되고 있고 또 기어코 재건작업은 이루어지겠지만 예전과 같은 신성과 예술성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 아름답고 신성했던 첨탑이 불길속에서 속절없이 쓰러지고 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유럽 기독교의 몰락을 느꼈다.
유럽은 누구나 기독교문명이 그 본질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지금의 유럽은 기독교로부터 신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찬란하고 신성했던 교회나 성당들은 거의 모조리 관광지나 기념품을 파는 상행위 장소나 결혼식 장소등으로 변질되었고 수천명이나 되던 교인이 불과 몇십명으로 줄어들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지못해 문을 닫고마는 곳도 부지기수다.
화려하지만 신이 있어야 할 곳에 신이 없는 교회…노트르담 성당 첨탑이 꺾어지는 것을 보면서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신이 부재하는 교회에서 신의 절규를 느꼈다.
물질 문명의 폭주와 함께 이제 신이 필요없어져버리기라도 한 것일까.생명도 복제할수 있다는 과힉문명의 발달속에 이제 신이 없어도 충분히 살수 있기 때문일까.
유럽을 비롯한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교만과 풍요속에서 정말로 참담한 '정신주의의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첨탑은 새로 복구되더라도 신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인간존재의 부족함과 어리석음…그 것을 통절하게 느끼며 신을 향해 엎드리고자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한 복구되는 첨탑도 회칠한 시멘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2019-04-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