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서당에 글공부를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청년이 공부하기를 청하면서 찾아왔습니다. 훈장은 다른 학동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서 청년을 받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집안일과 농사일 때문인지 서당을 자주 빠지는가 하면 배움의 속도도 매우 느린 그에게 훈장이 말했습니다. "내 자네에게 글을 가르치고 사서삼경과 논어, 맹자를 가르치려 했는데 자네가 그 뜻을 다 알기에는 너무 부족한듯하니 이제 서당을 그만 나와 주기를 바라네."
그렇게 청년을 쫓아낸 훈장은 어느 날 자신의 제자였던 그의 행적이 궁금하여 그가 사는 마을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그는 마을에서 물지게를 지고 노인들이 사는 집마다 물을 퍼 날라주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자신의 일 뿐 아니라 남들의 일도 도와주면서 서당에 자주 나오지 못하고 배움 또한 늦어졌던 것입니다. 이때 청년을 본 훈장은 그의 손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자네에게 군자의 뜻을 가르치려 했지만 자네는 벌써 군자의 도리를 실천하고 있네. 자네가 차라리 나의 스승일세."
훈장은 청년의 올 곧은 행동을 보면서 배운 바를 실천할 줄 아는 진정한 제자를 찾게 되었던 것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이를 잘 활용하지 않으면 쓸모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에서 무엇이 좋고 나쁜 행동인지, 무엇이 해야 할 일이고 그렇지 않은 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아는 것으로 끝나버린다면 이 땅에 부조리한 일들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옳고 그른 것을 안다면 생각에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독일이 낳은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이렇게 말합니다.
"실천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준비를 하는 데서 나온다." 우리에게 있는 지식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019-09-1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