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면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해야 하는 나이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이자 번역가인 김욱 선생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소설가를 꿈꾸던 청년 시절 6·25 전쟁을 치르고 북한 의용군에 강제로 끌려가면서 모든 꿈이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의용군에서 탈출한 후 생업을 위해서 기자 생활을 했지만 평생 모은 재산마저 남을 위해 보증을 서면서 날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노숙자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 남의 집 묘지를 돌보는 묘막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김욱 작가는 글을 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50년이 지나서 저작권이 소멸되었지만 아직 한국어로 출판되지 않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흔의 나이에 현역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일흔의 나이에 신인이 되었다는 것은 더더욱 놀랄 일입니다. 그간 작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낼 정도로 유명세를 얻은 번역 작가가 되었습니다. 비록 고령의 나이에 있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번역에 임하면서 무려 2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흔이 다 된 나이에 무일푼이 되었다면 누구에게 있어서나 좌절하고 포기하게 될 상황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처할지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할 때 놀라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인생에 끝나기 전까지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현실과 환경을 초월해서 성실과 인내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내일이 있습니다.
2019-10-1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