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사이판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쯤 가면 '티니안'이라는 섬이 나옵니다. 서태평양 북 마리아나 제도에 있는 작은 섬으로 인구는 약 3천 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입니다. 이곳의 원주민은 차모로족이며 이들 주민들의 표정을 보면 하나같이 여유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이 섬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띄는데 아무리 봐도 우리가 자주 보게 되는 한국인입니다. 그들의 성을 보면 King, Shing, Kiosshin으로 되어 있는데 원래는 김, 신, 강 씨였다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부 조선인들은 태평양 일대로 끌려가서 전쟁 노동자나 전투병으로 착취를 당했습니다. 전쟁이 끝나면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이처럼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에 남게 되었던 것입니다. 티니안 섬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그때 힘겹게 살아남았던 조선인이나 그 후손들이라 합니다.
일제강점기는 우리 한민족에게 너무나 많은 아픔과 비극의 역사를 남겼습니다. 일제가 철저히 역사를 은폐하는 가운데 티니안 섬의 한인들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미군이 찾아낸 조선인 희생자 암매장 터에만 그들을 기리는 위령탑이 세워져 있을 뿐입니다. 한국인 후손들은 조금이나마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인 후예임을 자각하면서 역사 인식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합니다.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이역만리에서 원주민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우리 한민족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아픈 역사입니다.
역사의 진실은 아무리 은폐하고 왜곡하려 해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같이 슬픈 역사를 똑똑히 기억하는 가운데 거짓에 굴하지 말고 더 이상 비극을 답습하지 않아야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 하는 사람이나 민족은 과거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한민족은 티니안 섬의 한인들이 당해야 했던 아픔을 기억하면서 이제는 역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어야 할 일입니다.
2020-07-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