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손님들이 리빙트러스트를 만들면서 하는 질문이 “서류를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까요?” 아니면 “트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까요?”이다. 필자는 대부분 알려드리라고 대답하는데, 손님으로부터 또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그럼 우리 아이들이 이 내용을 알고 우리가 재산이 있는 걸 알면 제대로 일을 안할려고 하지 않을까요?” 정답이없다. 물론 재산 상황을 페니 단위로 알려줄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리빙트러스트는 만들었고 부모 사망시 어떻게 일처리를 해야하고 어떤 재산을 정리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한다.
알려줘서 자녀들이 본인 삶을 잘 안살까봐 걱정하시는 분들께 지금 재산은 부모의 재산이니, 부모가 다 쓰고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꼭 자녀에게 상기하라고 알려드린다.
정말 사실이그렇다. 유태인들의 오래된 율법책 탈무드 내용 중 자녀 교육에 관해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 많이 알려진 내용인데, 유태인들에 비해 한인들은 “돈”에 관해 자녀 교육을 하는 데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사·공교육을 통해 어떻게든 좋은 학벌을 가지기를 원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정작 살아가면서 필수적인 돈에 대한 “지혜”를 가정에서 배우지 못하고 학교나 사회에 나와서야 어렴풋이 “지식”을 배우니,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끊임 없이 “경제교육”을 받는 유태인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필자가 느끼는 몇몇 한인 가정은 부모가 열심히 물고기를 잡는 동안 자녀는 편안히 파라솔 밑에서 책을 읽고, 부모가 잡아온 물고기를 가지고 자녀가 원하는 대로 부위별로 요리한다음 먹여 주는 과정까지 거치는 듯하다.
결국 자녀는 가정 경제의 방관자이며 수혜자이지 참여하지 않는 경우이다.
며칠 전 우연히 본 TV program에서 3살도 안 된 남자 아이가 요즘 벌이가 신통치 않아 보이는 아버지를 위해 작은 장난감을 고르는 것을 보고 나름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이미 그 아이는 아버지가 일을 해야 돈을 번다는 것, 돈이 있어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가 일을 적게하고 있을 때는 본인이 아버지를 위해 작게 쓰는 배려심까지 있으니, 그 아이가 이미 3살 이전에 알고 있는 세상 이치가 경제 관념 없는 10대·20대 아니면 더 나이든 어른들보다 앞서 있는 듯하다.
손님들 자녀들을 볼 때도 필자가 갖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부모가 번돈이라도 잘 지키면 다행일 사람, 반대로 부모가 번 돈을 “수성”하고 더욱 부를 일궈낼 사람이다. 물론 세상을 사는데 “부”가 유일한 기준은 될 수 없으나, 부에 대한 마음가짐은 그 사람의 인생 그리고 나머지 가족의 인생 그리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아버지 어머니가 열심히 일을 해서 자녀들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을 잡았으니 만사형통일 수 있다. 열심히 일하면서 저축하는 부모의 뒷 모습은 엄청난 산 교육이 될 수 있다.
허나 정작 스스로 엄청나게 부를 축적한 손님들도 자녀들의 경제관념을 두고 많이 고민하는 걸 보면 자녀의 '경제 아이큐'는 부모의 부에 크기에 맞춰 같이 성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부모가 평생 살아오면서 느낀 본인의 돈에 관한 철학을 자녀와 나누어야 자녀의 경제아이큐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 이는 1세대가 2세대에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2세대에서 3세대로 가면서 “수성”을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부모의 물고기는 부모의 것이지 자녀는 스스로 본인의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것 또한 끊임없이 강조하시길 바란다.<HAN&PARK 법률그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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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