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밥의 역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매일 밥을 먹지만 생각해보면 다 같은 밥이 아닙니다. 밥을 먹는데 있어서 어떤 밥을 먹었고 어떤 상황에서 먹었으며 어떤 방법으로 먹었는지에 따라서 그만큼 삶이 달라집니다. 잘 먹은 밥은 기억에 남지만 그렇지 않은 밥은 가슴에 남기 마련인데 눈물로 먹은 밥은 절대 잊혀지지 않습니다. 대충 살기 위해서 먹은 밥은 미완의 밥으로서 이러한 밥을 바탕으로 한 삶 또한 미완성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예로부터 밥을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밥을 잘 먹는 것은 비싸고 고급스런 식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밥을 입맛을 다해서 맛있게 먹는다는 뜻입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밥을 잘 먹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금부터 쌀을 씻고 안치는 과정의 밥하는 시간을 정성을 다해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혜련 시인은 그의 에세이 '밥하는 시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정성 들여 지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몽글몽글 피워내는 밥에 담긴 가르침/ 오십 평생 단순한 밥이 없었네/ 그게 무슨 삶이라고!"
그렇다면 미완성과 같은 우리의 인생을 완성으로 이루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밥을 먹는 것과 같이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에서부터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밥을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기에 밥을 잘 먹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일 반복하는 일이지만 밥을 짓고 밥을 먹는 시간을 좀 더 진지한 마음과 자세로 맞이해야 하는데 원효 스님은 이와 같이 말씀합니다. "지혜로운 이가 하는 일은 쌀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어리석은 자가 하는 일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같다." 함부로 먹은 밥이나 씹지 않고 넘긴 밥, 억지와 분노로 지은 밥은 평생 허공에 뜬 것과 같은 삶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에 혹시 다른 사람의 수고를 통해서 섭취한 밥이 있다면 반드시 값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2021-02-1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