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1852년 영국 해군의 수송선이었던 버큰헤드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배는 군인과 민간인 638명을 태우고 아프리카 남단을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케이프타운에서 65km 떨어진 바다를 지나던 배는 캄캄한 새벽 2시에 그만 암초와 충돌했습니다. 서서히 침몰하던 배는 차가운 바닷물이 들이닥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배에는 고작 3척의 구명정이 있었는데 1척당 60명 전부 합해서 180명만이 구명정에 탈 수 있었습니다. 배에 타고 있던 영국군 74 보병연대의 지휘관 알렉산더 세튼 중령은 병사들을 갑판에 집합시켰습니다. 그리고 여성과 어린이들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우도록 명령했습니다. 병사들은 횃불을 밝히고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구명정으로 옮겨 태웠습니다. 잠시 후 버큰헤드호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판자에 매달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병사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중령님의 지시에 불평 한마디 없었습니다. 그 명령이 곧 죽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병사들은 차가운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명예롭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오늘날 내 유익만을 우선시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됩니다. 병사들이 먼저 섬겼던 여성과 어린이들이 아닐지라도 먼저 이웃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헌신이란 이처럼 이웃의 유익을 위해서 자신을 버릴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나만 살아보겠다는 이기적인 모습을 잠시 내려놓고 버큰헤드호의 병사들을 생각해보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1-03-1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