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재상으로 추앙을 받았던 문신 맹사성은 벼슬을 내려놓고 온양에 내려가 초야에 묻혀 살았습니다. 당대 최고의 재상으로 이름을 떨쳤기에 고을에 신임 사또가 부임하면 그를 찾아가서 인사를 올리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사또가 인사를 하기 위해 관아의 관리들을 거느리고 맹사성을 찾아갔습니다. 마침 밭에서 김을 매던 맹사성은 사또가 온 것을 알고도 그를 밭의 둔덕에 세워둔 채 김만 계속 매고 있었습니다. 입장이 난처해진 사또는 자신의 팔을 걷어붙이고 밭에 들어가서 함께 김을 매기 시작했습니다. 사또가 자발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것을 보자 같이 왔던 관아의 관리들도 그를 따라서 열심히 김을 맸습니다.
해 질 무렵이 되었을 때 일을 멈춘 맹사성은 그제야 신임 사또의 인사를 받는 가운데 그에게 정중히 얘기했습니다. "고을의 사또로 오셨으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뙤약볕에서 땀 흘려 일해 보면 백성들의 노고가 어느 정도인지 아셨을 것입니다. 밥상을 대할 때마다 밥알 하나하나에 맺혀있는 백성들의 땀을 생각하십시오. 그리하여 부디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는 목민관이 되시기 바랍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책임 있는 자리에 올라가면 그만한 책임감으로 성장하고 자리에 맞는 인물로 거듭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맹사성과 같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변할 수 있습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서게 될 때 그 자리는 누리는 것이 아니라 희생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땡 볕에서 땀 흘려 일하는 백성을 이해할 수 있을 때 그들을 돌보고 섬기는 사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맹사성은 몸소 행함으로서 본을 보일 수 있었는데 중국의 현인 순자는 이와 같이 말합니다. "옳은 행동을 하고 남보다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교육이다."
2021-04-2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