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국가였던 로마는 영토 확장을 거듭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서양문명을 대표하는 로마제국의 몰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있습니다.
러시아를 굴복시키기 위해 50만 대군을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었던 나폴레옹의 군대를 초라한 패잔병의 무리로 만든 것은 혹독한 추위 탓도 있지만 그보다 병사들을 더 많이 쓰러뜨린 존재가 있었습니다. 로마와 나폴레옹을 무너뜨린 일등공신, 바로 전염병입니다. 나폴레옹 군대를 괴롭힌건 티푸스라는 전염병이었고, 로마제국은 안토니우스 역병과 유스티아누스 역병으로 알려진 두 차례의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쇠락했습니다. 학자들은 천연두와 페스트로 추측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홍수나 화산폭발 같은 자연재해도 전쟁도 아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병원균 즉 미생물입니다. 미생물은 작은 생물이라는 뜻인데 그 안에서도 몇몇 그룹으로 나뉘어집니다.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있는 것과 생명이 없는 무생물 둘 중 하나입니다. 살아있는 생물로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크게 보면 자기증식능력, 에너지변환능력, 항상성 유지능력 이렇게 세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생물 대접을 받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기를 닮은 자손을 만들고 영양분을 스스로 생산하면서 자신의 몸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몇가지 더 전문적인 조건이 필요하긴한데 어쨌든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봤을 때 애매~한 존재가 바로 바이러스 입니다.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라는 말씀입니다.
바이러스는 생물이 갖춰야할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하나 한가지 전제조건이 더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다른 세포에 기생할 때만 생물의 특성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남의 세포에 붙어 있지 않을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생물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현재까지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쯤'이라는 애매한 위치에 바이러스를 놓고 있습니다.
우리를 병들게 하는 미생물은 바이러스만 있는게 아닙니다. 병원균, 세균으로 부르는 박테리아들도 있습니다. 얘네들은 바이러스와는 달리 당당하게 생물로 인정받습니다. 심지어 지구상에 가장 많은 수의 생명체라고 하네요. 인간의 세포에 빌붙지 않아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감염이 되고 병에 걸리는 것은 우리 몸의 세포단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입니다.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우리 세포를 노리는 바이러스와 병원균에 대항해서 세포를 지키려는 세력도 있기 때문입니다. 네. 바로 우리의 면역세포들입니다.
2022-10-2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