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뉴욕주 로클랜드 카운티에 거주하는 20세 남성이 소아마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예방접종 경력이 없었으며, 동유럽을 여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죠. 이 사실이 뉴스가 된 이유는 미국에서 소아마비가 자연 발생한 것은 1979년이 마지막이었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확인한 것은 2013년 이후 이번이 9년 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뉴욕시의 하수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 런던의 하수에서도 40년만에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
소아마비는 폴리오바이러스가 신경계를 감염시키면서 발생합니다. 주로 5세 미만에서 나타나지만, 성인에게서도 발병할 수 있다고 하네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3개국의 일부 지역에서만 발병하고, 주요국에서는 이미 퇴치됐다고 여겼던 소아마비가 다시 발견돼 나라마다 방역 당국이 긴장하며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백신에 관심이 모아지고 존재감이 커진듯 보이지만 사실 현대인들은 출생 직후부터 여러가지 백신접종을 통해 건강을 지켜왔습니다. 자녀들 어렸을 때를 한번 기억해 보세요. 한국에서는 BCG 결핵예방주사를 시작으로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합니다. 소아용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 DTP도 기억하시죠? 이 백신은 성인이 되어서도 필요합니다. 그 밖에도 매 년 독감예방주사를 맞기도 하지요.
인간이 백신의 원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입니다. 기원전 430년 그리스 역사학자의 전쟁 기록에는 "전염병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만이 같은 병에 걸린 환자를 간호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는데요. 이것은 당시에 이미 한번 질병에 걸렸다가 나으면 다시는 그 병에 걸리지 않는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런 지혜를 실제 백신으로 이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영국의 평범한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라 꼽히는 감염병 '천연두'에 걸리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아낸 이후,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를 분리 배양해 이로부터 인공적으로 백신을 만든 건 바로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였습니다.
백신의 원리는 우리 몸의 원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번 걸렸던 질병에 다시 걸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 병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배웠다는 뜻입니다.
우리 몸을 지키는 방위군 시스템을 면역체계라고 합니다. 방위군은 면역세포들이 주력부대입니다. 딱히 뭘 가르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그룹을 선천적 면역이라고 하고, 학습과 훈련을 통해 특수목적 임무를 받은 면역세포그룹을 후천적 면역이라고 합니다. 어느 쪽이 더 막강하냐 그런거 없습니다. 면역세포들은 각자의 역할을 하며 소통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2022-11-10 00:00:00